방 크기 계산기에 숫자를 넣으면 보통 이런 답이 나온다. 가구가 34.7%를 차지하고 7.775㎡가 남는다고. 틀린 말은 아니다. 그런데 그 숫자를 믿고 가구를 들였다가 방이 생각보다 좁아서 당황하는 일이 흔하다.

7.775㎡는 대략 가로세로 2.8m짜리 정사각형이다. 그만한 빈 공간이 한 덩어리로 있다면 요가 매트 두 장을 깔고도 남는다. 문제는 빈 바닥이 한 덩어리로 남는 일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.

퀸 침대150×200책상105×50옷장100×60출입구 80340350
11.9㎡ 침실퀸 침대, 책상, 옷장. 빈 바닥은 넉넉한데 세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.

이 방에서 빈 바닥은 문 앞, 책상과 옷장 사이, 그리고 침대와 책상 사이 53cm 틈으로 갈라진다. 계산기는 셋을 더해 7.775㎡라고 말하지만 53cm 틈은 몸을 옆으로 틀어야 겨우 지나가는 폭이다. 그 너머 침대 머리맡 쪽은 사실상 막힌 공간이 된다. 면적에는 들어가 있는데 쓸 수는 없는 바닥이다.

의자를 뒤로 빼는 자리, 옷장 문이 열리는 자리도 빈 면적에 같이 잡힌다. 거기엔 아무것도 놓을 수 없는데 숫자로는 남는 공간이다. 가구가 많아질수록 이런 '예약된 바닥'도 같이 늘어나서, 계산기 숫자와 실제 느낌의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.

그래서 나는 면적보다 가장 좁은 틈 하나를 먼저 본다. 가구와 가구 사이, 가구와 벽 사이에서 제일 좁은 곳이 몇 cm이고 그 자리가 매일 다니는 길 위에 있는지. 이 방은 53cm였다. 침대를 구석에 붙이고 책상을 오른쪽 구석으로, 옷장을 아랫벽으로 옮기면 그 틈이 85cm가 되는데, 빈 면적은 여전히 7.775㎡ 그대로다. 숫자는 한 자리도 안 바뀌었는데 방은 전혀 다른 방이 된다.

플래너 아래쪽의 면적 숫자는 가구를 아무리 옮겨도 꿈쩍하지 않는다. 통로 판정은 5cm만 움직여도 바뀐다. 가구를 놓을 때 어느 쪽 숫자를 봐야 하는지는 이걸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생각한다.